카테고리 없음

소통을 하는가 ?

7 day 2012. 3. 23. 14:11

소통의 본질은 듣는 청자의 태도나 행동의 변화

다른 형태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일방적으로 충분히 내뿜었다고 소통이 됐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말하는 사람(화자)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지만 말을 듣는 청자의 태도나 행동의 변화가 소통의 본질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소통은 말하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지만 듣는 사람의 태도나 행동의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명확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소통을 이해하는 첫걸음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원래 자신의 의지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는 쉽게 몰입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사물과 현상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심적인 안정감을 갖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소통에서 듣기만을 강요받는 청자는 화자에 비해 애초부터 몰입의 정도가 약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인간 뇌의 정보 처리 속도는 말을 듣는 속도보다 세 배 내지 네 배 빠르다.

따라서 외양적으로는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는 것처럼 보여도 몰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도 화자는 청자가 자신의 의견을 모두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그래서 혼자서 그 시간을 독점하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쏟아낸다. 청자가 얼마나 받아들였는지 점검하지 않는다. 그리곤 결론짓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전달했다고, 제대로 소통을 하였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청자의 태도나 행동에서 화자가 기대했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또 닦달한다.

소통이 안 된 것은 청자의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은 충분히 잘 전달했는데 청자가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화를 낸다.

언성을 높인다.

관계는 악화되고 소통의 메시지는 상해버린 감정으로 막혀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소통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소통은 화자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지만 본질은 듣는 청자의 태도나 행동의 변화라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런 후에는 적어도 두 가지를 소통에서 감안해야 한다. 하나는 순서 바꾸기이고 하나는 입장 바꾸기이다.

순서바꾸기(Turn-taking)
순서바꾸기는 대화에서 화자와 청자의 역할을 수시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청자는 화자보다 당면 주제에 대한 소통에서 몰입도가 떨어진다.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자와 청자 간의 역할이 수시로 바뀌어야 한다. 소통의 사실적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통의 시간 이후 청자의 태도와 행동의 변화가 소통의 근본 목적이다.

따라서 소통의 시간에서 청자가 얼마나 몰입하여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소화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청자의 소통에 대한 몰입인 것이다. 그런데 청자로서만 역할을 주어지면 몰입을 할 수가 없으므로 청자에게 수시로 화자의 역할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소통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순서바꾸기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형태가 피드백이다.

화자가 전달한 내용에 대한 이해도의 점검이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조직들은 이런 기본적인 순서바꾸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슨 미팅을 하면 사장님 혼자 모든 시간을 독점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수첩에 코를 박고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있(는 시늉을 한)다. 가끔 다른 의견이 있는지 사장이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언젠가 누군가가 사장님의 의견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였다가 봉변을 당한 것을 봤기 때문이다. 또 의견을 제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서바꾸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 시간에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사람은 오직 사장님 한 사람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입장바꾸기(Perspective-taking)

   
 

소통에서 두 번째 중요하게 감안해야 할 사항은 입장바꾸기이다. 화자는 청자의 입장이, 청자는 화자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모든 것을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조해리의 창(Johari window)에 의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은 알고 있지만 나만 모르는 맹인영역(Blind Area)과 나도 그리고 다른 사람도 모르는 미지영역(Unknown Area)을 각각 가지고 있다. 우리 자신을 모두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모두 이해를 할 수 없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봐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러한 한계에도 소통에 관계되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조직사회에서 입장바꾸기는 원초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조직사회는 우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인 집단이고 우리 자신들의 이익은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때 그 크기가 커지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그 필요성은 관계의 밀접함에서 기인되고, 그 관계는 소통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직적 계층으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상하간의 소통일 경우 입장 바꾸기는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불가능하지 않다. 현재 상(上)의 자리에 위치한 관리자 혹은 경영자들도 과거에는 소통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하(下) 직급의 생활을 하였다. 경험이 있는 만큼 현재 아래직급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상당부분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반면 현재 하(下)의 직급에 있는 사람은 상(上)의 직급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궁극적인 꿈은 바로 그 자리에 있는 자신이기 때문이다. 즉, 그 자리에 대한 입장을 이해할수록 자신이 그 꿈을 이루는 기간을 단축할 수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미래를 현재로 끌어당겨 생각해보면 그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수직적인 계층에서의 상호 입장바꾸기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통의 핵심

소통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 본질을 위해서 꼭 필요한 순서바꾸기와 입장바꾸기를 이해하였다 해도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소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소통의 사실적 실현은 이성적인 수준(rational level)에서 시도되고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화자의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소통에는 화자와 청자의 감정이 더 크게 작동한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고전적 이론으로 꼽히는 메라비안 법칙(The Law of Mehrabian)에 의하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말(words)이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7% 밖에 되지 않으며, 목소리(음성: tone of voice)가 차지하는 비율은 38%, 비언어적인 행동(nonverbal behavior)이 차지하는 비율은 55%라고 주장하였다.

즉, 소통에서 말보다는 감정적 정서적 교류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2,300년 전 위대한 철학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한데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그리고 로고스(Logos)가 그것이다.

에토스(신뢰, credibility)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적인 측면으로서 명성, 신뢰감, 호감을 말한다. 파토스(감정, emotion)는 듣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로서 친밀감, 유머, 연민 등을 말한다. 그리고 로고스(논리, Logic)는 설득의 논리적 근거이며 실증적인 자료를 말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설득에 미치는 영향력은 화자에 대한 신뢰인 에토스가 60%, 청자에 대한 감정 자극인 파토스가 30% 그리고 설득의 논리인 로고스가 10%를 차지한다.

설득은 드러난 논리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그리고 감정적인 자극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학자나 2,300여년 전의 철학자 모두 소통은 감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통은 감정을 교류하는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통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실행

20세기 지식경영의 대가 노나카 이쿠지로(Nonaka Ikujiro)에 의하면 리더십의 원천은 다섯 가지라고 한다.

공식적인 직함에서 오는 합법력, 금전적인 시혜를 줄 수 있는 보상력, 잘못을 응징하는 처벌력, 자신이 가진 지적인 우위에서 오는 지식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리 대상과의 인간적인 소통에서 오는 동일력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커다란 효력을 미치는 것은 동일력이라 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소통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는 최고경영자나 관리자들이 허다하다.

대부분 자신은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 중 대부분은 소위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합법력, 보상력, 처벌력, 지식력의 활용을 무기 삼아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소통이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감정의 교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순서바꾸기와 입장바꾸기가 적절하게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도 못하고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소통이 안 된다는 것, 과연 누가 먼저 어떻게 풀어야 할까?